내 나이 쉰 중반.
울 엄니는 팔순을 넘어 섰습니다.
오십대인 내 머리카락은 반백(半白)인지라
달마다 염색을 해야 그 나마 50대 처럼 보입니다.
울 엄니는 81세인데도 불구, 새치도 없습니다.
필리핀에서 1년간 있다 고향집에 와
제일 먼저 한 일?이 엄니한테 이발을 한 겁니다.
어려서부터 이발소만 가면 난리를 펴 대던 큰 아들을 위해
머리깎는 것을 배운 울 엄니-
그 솜씨가 팔순을 넘어서까지 내 머리에서 발현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는 내 흰머리카락이 눈에 거슬렀는지
엄니가 염색을 해 주겠다며 나선 겁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염색약이었지만 엄니한테 맡겨 보기로 했습니다.
내 머리카락도 잘라 주시는 엄니인데-
꼼꼼한 엄니 솜씨는 내 머리 염색에서도 역시나 소리가 나게 합니다.
마눌보다 훨씬 더 염색을 잘 해 주셨습니다.
달 마다 머리카락을 잘라 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쉰 넘은 아들 머리 염색까지 해 주게 된 울 엄니.
가만 생각해 보니
이런 불효가 또 있나 싶어져 죄송한 맘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50넘은 아들에게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팔순 노모를 생각하니
앞으로도 내 머리카락 자르는 일과 염색은
엄니한테 맡기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합니다.
늙어 가면서도 엄니의 그 큰 사랑을 받는
나는 참 행복한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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