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최근에 쓴 시)

필리핀 깡촌

by 고향사람 2012. 7. 29.

깡촌-

 

전기도 없고

전화도 안 터지고

따뜻한 콜라 한 병 사 먹으려 해도

한 시간은 걸어야 하는

필리핀 깡촌

 

여기

산 속 길을 걷다

목이 말라 하늘을 쳐다보면

정글 볼로 찬 시골 총각

천국 닿을 만큼 높직한 부코 나무 올라타

금세 몇 알 떨궈준다

 

숨 넘어 간 이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천연 부코주스 마시고

속살까지 후벼 파 먹고 나면

간식 끝

깡촌이라서 좋다

 

지금도 깡촌에선-

 

30페소짜리 조리 신은 이도 없고

속옷 갖춰 입을 일도 없어

선글라스 쓰고

고어텍스 등산화 신고 있는

객을 부끄럽게 한다

 

깡촌이라서-

 

방사해 키우는 닭이 낳은 알도

사 먹을 수 있고

우유 대신 염소 젖도 얻어 먹는다

구운 샤깅(바나나) 맛도 알게 됐고

 

뱀 고기 맛있다 하는 이들과

오줌발 멀리 떨구기 시합도 한다

깡촌이라서-

 

필리핀 깡촌

 

임신 팔개월인 부인이 개울물에 몸 담고

묵은 빨래하고

일곱 살 짜리 소녀는 늙은 말을 타고

산을 넘는다

 

깡촌이

 

무릉도원 처럼 보이는 것은

나도 촌놈이라설까

가물가물한 옛 기억 살려 주는

필리핀 깡촌이 난 좋다

'기타(최근에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 장날  (0) 2012.11.23
마니 & 많이  (0) 2012.10.08
사랑통장  (0) 2012.07.22
아침 6시 풍경  (0) 2012.07.18
칼국수  (0) 201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