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나타난 철 이른 산타에, 철 지난 바이올렛(제비꽃) 그리고 분바른 하얀천사와 금방이라도 길 떠날 것 같은 방랑자-. 여기에다 불붙일 곳만 찾는 듯한 부싯돌과 언제나 ‘그러지 마러’라며 팔 잡을 빛날짱님. 애 늙은이 민혁이- 이렇게 일곱명이 만추 끝자락이라도 붙잡고자 5일 오전에 수도권 큰 뫼인 도봉산에 올랐답니다. 만산홍엽(滿山紅葉)에 묻힌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그래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하얀천사와 바이올렛. 닉이 하양과 자주색(제비꽃)이라선지 붉은 색 속에서도 두 사람은 더 선명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고운 ‘단풍’이 아닌 늙은 ‘낙엽’들. 그래서 뒷모습만 예쁜이들이었답니다. 전철 1호선 회룡역에서 ‘우-와’ 소리로 만난 우리는 의기투합해 회룡매표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등산로 초입서 만난 다른 팀에 유독 눈독을 들인 산타는 산행내내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기만 하면 안절부절 해 옆에 있는 이들까지 안타깝게 했답니다. (참고로 그 팀은 여자들로만 구성됐다는 거-) 고즈녁한 자태로 산자락에 앉아 있는 회룡사 울타리를 타고 회룡골을 넘어가는데는 철제 계단과 목재 다리가 잘 놓아져 있어 초행자들에게도 부담없는 코스였습니다. 애 늙은이로 소문난 민혁이(초딩)가 맨 앞서 간 코스가 바로 이 길이기도 했습니다. 시간반 가량 걸려 사패능선에 올라서 포대쪽으로 발길을 옳기는데까지는 '헉헉' 소리가 내것인지 옆 사람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정도 였지만 포대에 올라서니 ‘우-아’ 소리가 절로 납니다. 하마터면 옆에 있던 낯선 아줌마를 껴 안을 뻔 했답니다. 곱게 물든 단풍사이로 보이는 망월사 지붕과 용케도 찾아 낸 해골바위는 극락과 저승이 현존하는 도봉산의 넉넉한 인심을 보는 듯 하고 골 깊은 곳에 빨간색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단풍잎은 도봉여인의 속살을 훔쳐 보는 것 같은 설레임과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서 산을 찾지만 말입니다. ‘이래서 길 떠나지 않을 수 없다’는 방랑자의 푸념과 ‘김기사-. 어서 사진찍어’하고 외쳐대는 바이올렛. ‘난 가만 있어도 훤한데 뭘’하는 빛날짱님. ‘오늘은 어떤 여자 맞춰 볼꺼나’하고 벼르고만 있는 총쏘는 산타. ‘검은 천사’와 앙숙인 하얀천사. ‘오늘도 작업 실패했다’고 투정이는 부싯돌. 영감보다 더 영감같은 민혁이 모두가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을 타고 자운봉을 넘으면서 하나 같이 외친 소리들이랍니다. 가을이 깊고 도봉산이 있어 차 암 즐거웠던 일요 산행- 뒷풀이로 맛나게 먹은 샤브샤브 칼국수 였지만 다시 그 집엔 가지 말자는 의견일치까지 보고서야 하루 일정을 모두 마쳤답니다. 참 일행중에 여성이 한 명 있었는데 여자는 아니었답니다. 뭐 랄까 '감 보고 감도 안잡는 그런 감 없는 이'였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긴데- 궁금하면 담 산행에 와 보시라구요 그 사람 내가 슬쩍 가르쳐 줄테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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