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마누라 다 팽개쳐 두고
오늘은 월악산 가는 날-
11주만에 처음으로 맑은 일요일이라나
날씨까지 궁합을 맞춰주니, 분명 오늘은 최고 산행이 될 터.
동그랑땡에 쇠고기장조림 반찬 챙기고
강낭콩 듬성듬성 박힌 하얀 쌀밥 도시락 챙겨
노원역 근처로 나가 ‘하나 버스’를 기다리는디-
워메 -
웬 이쁜 아줌씨들이 얼굴보다 더 예쁜 배낭 메고 서 있는 폼이
‘필’이 팍 팍 오는 기라
어쩜 오늘은 저 여인네들하고 동행할지도 모른다는.
이미 총각 때부터 한번도 어긋나 본적이 없는 동물적 감각.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는디
차 타고 가면서 자기 소개 때
글쎄 뭔 귀신에 씌였는지
‘삐딱구두’ 보구 내 옆지기라고 했다가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투들겨 맞고 보니
산행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어 죽을 뻔 했지라
월악산행은 그렇게 시작했지라.
덕주사 앞에
오똑하니 서 있는 남근석을 향해
미나리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점지해 주십사 빌고
개울 건너며 님들 무사히 산행토록 도와달라고 산신령께 빌고 또 빌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만 꼴지
계단 많고,
사람은 더 많아 자칫 짜증도 날 만한 월악산이었는데
우리 님들 이미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는가-
산신령 냄새가 폴폴 납디다.
월악산 -
고것이 아무리 좋다한들. 우리 ‘산우회님들’과 비교 할 수나 있을 런지요.
한 잔 술에 그만 모든 님들보고 예쁘다는 말 남발하다가
(선배말에 의하면 한사람 한테만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디)
이번에도 작업 실패(?)했다는 뼈아픈 보고를 드립니다.(다음에도 가망은 없답니다)
건강들하시고 고향사람도 있지 마세요
모두모두 사랑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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