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 밭에 심어 놓은 곡식들을
새들이 자꾸 빼먹자
어머님이 허수아비를 만들어
밭 이랑에 세워 놓았습니다
짚단으로 만든 몸 통에
헌 옷을 입히고
모자까지 씌워 놓으니
영낙없는 사람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비둘기도 줄어 들고
씨앗들도 잘 발아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근데 어스름한 저녁나절
반찬거리로 오이나 고추를 따러 나가다시던 어머님은
당신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작물 사이로
언뜻 비치는 허수아비는 영낙없는
사람모습이니까 더 그런가 봅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워야 할 사람들
그런데 요즘은 허수아비 보다
사람이 훨씬 더 무서운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이 좋은 세상
그곳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