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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편지

허수아비

by 고향사람 2006. 7. 14.

 

텃 밭에 심어 놓은 곡식들을

새들이 자꾸 빼먹자

어머님이 허수아비를 만들어

밭 이랑에 세워 놓았습니다

 

짚단으로 만든 몸 통에

헌 옷을 입히고

모자까지 씌워 놓으니

영낙없는 사람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비둘기도 줄어 들고

씨앗들도 잘 발아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근데 어스름한 저녁나절

반찬거리로 오이나 고추를 따러 나가다시던 어머님은

당신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작물 사이로

언뜻 비치는 허수아비는 영낙없는

사람모습이니까 더 그런가 봅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워야 할 사람들

그런데 요즘은 허수아비 보다

사람이 훨씬 더 무서운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람이 좋은 세상

그곳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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