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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편지

생일

by 고향사람 2006. 6. 26.

이른 아침을 먹는데

쇠고깃국이 있었습니다

미역줄기 속 듬성듬성 썰어 넣은

쇠고기가 얼마나 많던지

 

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데

고기가 걸려 먹기가 힘들어

은근히 짜증까지 날려 합니다

 

웬 고기를 이리 많이 넣었을까

그러면서 꾸역꾸역 국 한 그릇 비우고

일터로 나갔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30분도 않돼

전화벨이 울립니다

아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생일은 무슨

아빠 생일 아직 멀었다

네 녀석이 착각한 거야

지금 바쁘니 전화 끊어라

 

그러고 나서 일을 한참 하고

새참 시간이 돼 전화기에 있는

달력을 확인해 보니

정말 오늘이 내 생일이었습니다

음력 유월 초하루-

 

어쩜

내 생일도 모르고

더군다나 아침 밥상의 미역국 사연도 몰랐으니-

이러고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래서 오늘 밤은

괜히 우울해 지려 하네요

차라리 모르고 넘어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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