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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전화기를 잃어 버렸는데-

by 고향사람 2017. 5. 23.

내가 다니는 까가얀데오로 한인교회는

아직 셋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첫 개척교회로 문을 연지 10년이 넘었지만

교인 수나 재정상 문제로 필리핀 교회 건물 중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셋방 교회의 설움을 다 겪고 있습니다.

필리핀교회서 우리 예배실에서 행사를 갖겠다고 하면

한인교인들은 쫒겨나듯 야외로 예배를 드리러 나갑니다.


좋게 말하면 ‘소풍’이고

셋방 설움대로 라면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는 억지소풍입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소풍도 미루고 근처 실내 체육관이나 교인집으로 옮겨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교회서 작은 행사가 있어 그 일을 준비하던 중

내 전화기가 주머니에서 빠져 나갔나 봅니다.

갑자기 주머니가 허전하다 싶어 확인해 보니 정말 없는 겁니다.

교회 구역이고 외부인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라

큰 걱정이 되진 않았습니다.


금세 찾을 것으로 생각하고 근처에 있던 아우에게

내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해 보랬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멘트만 나온다는 겁니다.

불과 10여분도 안된 사이에 말입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피노이 교인이 주었다는 얘기인데-

어쩜 금세 전원까지 끌 생각을 했는지

물론 내 전화가 신형으로 바꾼지 3개월도 안된 새것이라

피노이들 입장에서는 욕심?이 날순 있겠지만-

그래도 같은 교인인데-


더군다나 우리 행사가 몇 명 안되는 인원으로 진행됐고

그것도 교회 복도나 마찮가지인 곳에서 했는데

지나다니던 이나 구경하던 피노이 중에서 주은 게 확실한데

그걸 그냥 습득물로 ‘인 마이 포킷’했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전화기 자체보다 필리핀서 찍은 사진만 1천장도 넘게 들어 있는데-


혹시-

내 전화기를 주운 피노이의 기도 제목이

‘제발 나도 최신형 폰 좀 가질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중이었다면????


-기도 응답이 됐을테니 내가 마음 풀어야겠죠^^

에이- 그래도 줍자 마자 전원 스위치부터 꺼놓는 건 좀 아니지.

그런 심뽀라면 다음 기도가 응답 되겠냐.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약이 많이 올라 있나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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