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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비즈니스 트립 1000킬로미터

by 고향사람 2016. 3. 12.


비즈니스 트립(business trip), 다시 말해 출장으로 다닌 거리가 1000킬로미터.

3박4일간이었으니까 긴 거리라고는 말하기도 그렇지만

이곳이 필리핀이고 비포장도로와 산간, 무슬림 지역을 통과하는 곳이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민다나오 까가얀데오로 사무실을 출발,

한참 까뮬란축제가 이어지는 말라이발라이와 발렌시아를 거쳐

퀘손 다바오를 지나고 최종 목적지인 제네럴산토스까지 왕복을 하니

그 거리가 1000킬로미터를 넘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한국에서 온 기술자분을 공항에서 픽업하고

다시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일과

직원들 간식, 현장 물품등을 구입하느라 오간 것 까지 합하니까

운행 거리가 훌쩍 올라간 겁니다.


한국 같았으면 서울서 부산 한 번 왕복해도 금방 킬로미터가

올라가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구절양장(九折羊腸) 같은 산길이요

무슬림 자치(自治) 구역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체크 포인트(검문소)가

설치돼 있어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인 곳이라

거리에 비해 시간이 훨씬 더 걸리기 때문에

출장 1000킬로미터는 허릿병 나기 직전일 정도로 먼 거리입니다.


아우가 몇 번 이곳을 왕복하다가 병이 나 입원까지 한 터라

나 역시 쉬엄쉬엄 간다고 했는데-

하루에 13시간 이상 차를 타다보니 온 몸이 쑤시고 난리입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피노이 기사가 안스러워 중간중간 운전대를 대신 잡고

잠시 쉬게 하기도 했지만 길을 잘 모르니 별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삼거리만 나오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기사를 깨워 길을 물어야 했으니-


암튼 1000킬로미터 출장을 마치고 어젯밤 집에 왔더니

꼭 전쟁터에서 살아 온 용사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매일 같이 외교부 이름으로 경고 문자가 오는-

무슬림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출장을 다니다 보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1개월에 1명 꼴로 한국인이 살해 당하는 필리핀이다 보니

더 그렇습니다.

한번은 오줌 좀 눗게 잠시 차를 세우라고 했더니

피노이 기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여기서 섰다가는 어디서 총알이 날아 올지 모른다면서 말입니다.


-이게 은근히 겁주고 있네.

하면서도 억지로 차를 세우지 못하는 걸 보면 나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진가 봅니다.

하지만 그냥 말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짜샤 나 코리안야. 무슬림이나 반군 다 무섭지 않단 말여.

오줌을 참느라 죽을 맛이지만 내색도 못하고 허세만 떱니다.

난 쪽팔리기 싫어하는 한국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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