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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안쓰러운 꼬마 도둑

by 고향사람 2016. 2. 16.


작년 말(필리핀 이야기 2015년 12월12일자) 아우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욕실 창문을 뜯고 집안으로 들어 왔던 도둑은 핸드폰 3개와

인터넷폰 한 개를 훔쳐 달아 났습니다.


이후 아우는 세퍼트를 사다 키우고

집 창틀을 다 봉인하는 등 나름 도둑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덕분인지 아직은 제2차 피해를 입지 않고 있습니다만

불안까지 다 떨쳐 내지는 못한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 후 집에 들르니 아우 장모가 말합니다.

오전에 필리핀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며 확인 차 집에 왔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수갑까지 채운 도둑을 데리고 말입니다.

잃어 버린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어 전화기 4대라고 말해 줬는데-

도둑은 2개만 훔쳐 갔다고 진술한다는 겁니다.


도둑을 잡아 데리고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어떤 녀석인지 면상 좀 보고 경찰한테는 크게 혼내 주라고 하고 싶었다가

정작 잡혀 온 도둑을 대면하고 나서는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는 게

아우 장모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아니 도둑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뉴. 그게 뭔 소리래유.

발길질로 쪼인트라도 한 대 차 줘야 하는 거 아뉴.


내가 거칠게 말하자 아우 장모가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과 함께

도둑 이야기를 해 줍니다.


-글씨 도둑이 여나무살 먹은 애 더라구요. 우리 손주 만한 녀석이 수갑까지 차고

나타났는데. 볼수록 가슴이 짠해져서 암 소리도 못하겠더라니까요.


내용인즉 경찰이 잡아 온 도둑은 어린애 였고

그가 그동안 물건을 훔친 집을 다니며 현장 확인을 한 셈이었던 겁니다.

-아이구 그런줄 알았더라면 신고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우 장모는 도둑을 당하고 나서 경찰에 신고한 것을 못내 못내 후회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뉴. 잘혔슈. 그런 녀석은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리쥬.

나 역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들은이 못한 심정이었습니다.


도둑도 나쁘지만 집 단속을 제대로 못한 우리 모두도 잘 한 것은 없지 싶어지니

그 어린 도둑이 안쓰럽게 여겨집니다.

분명 그 어린 도둑 뒤에는 큰? 도둑이 있을 터.

그 놈을 잡아 족쳐야지 시킨대로 했을 어린 녀석이 뭔 죄가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어젯밤엔 그만 잠 까지 설쳤습니다.

사는 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