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필리핀 이야기 2015년 12월12일자) 아우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욕실 창문을 뜯고 집안으로 들어 왔던 도둑은 핸드폰 3개와
인터넷폰 한 개를 훔쳐 달아 났습니다.
이후 아우는 세퍼트를 사다 키우고
집 창틀을 다 봉인하는 등 나름 도둑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덕분인지 아직은 제2차 피해를 입지 않고 있습니다만
불안까지 다 떨쳐 내지는 못한체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 후 집에 들르니 아우 장모가 말합니다.
오전에 필리핀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며 확인 차 집에 왔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수갑까지 채운 도둑을 데리고 말입니다.
잃어 버린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어 전화기 4대라고 말해 줬는데-
도둑은 2개만 훔쳐 갔다고 진술한다는 겁니다.
도둑을 잡아 데리고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어떤 녀석인지 면상 좀 보고 경찰한테는 크게 혼내 주라고 하고 싶었다가
정작 잡혀 온 도둑을 대면하고 나서는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는 게
아우 장모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아니 도둑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뉴. 그게 뭔 소리래유.
발길질로 쪼인트라도 한 대 차 줘야 하는 거 아뉴.
내가 거칠게 말하자 아우 장모가 속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과 함께
도둑 이야기를 해 줍니다.
-글씨 도둑이 여나무살 먹은 애 더라구요. 우리 손주 만한 녀석이 수갑까지 차고
나타났는데. 볼수록 가슴이 짠해져서 암 소리도 못하겠더라니까요.
내용인즉 경찰이 잡아 온 도둑은 어린애 였고
그가 그동안 물건을 훔친 집을 다니며 현장 확인을 한 셈이었던 겁니다.
-아이구 그런줄 알았더라면 신고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우 장모는 도둑을 당하고 나서 경찰에 신고한 것을 못내 못내 후회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뉴. 잘혔슈. 그런 녀석은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을 차리쥬.
나 역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들은이 못한 심정이었습니다.
도둑도 나쁘지만 집 단속을 제대로 못한 우리 모두도 잘 한 것은 없지 싶어지니
그 어린 도둑이 안쓰럽게 여겨집니다.
분명 그 어린 도둑 뒤에는 큰? 도둑이 있을 터.
그 놈을 잡아 족쳐야지 시킨대로 했을 어린 녀석이 뭔 죄가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어젯밤엔 그만 잠 까지 설쳤습니다.
사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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