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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지만-

by 고향사람 2015. 9. 19.

누구나-

언젠가는 값아야 할 빚이 있다면

그건 바로 죽음입니다.

 

 

내 나이 50대 중반.

반백년 이상 살았으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나이가 됐지만

팔순을 훨씬 넘긴 엄니 앞에서는 꺼낼 수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형 교통사고 후 갑자기 나빠진 신장(腎臟-콩팥)

이 때문에 모든 장기 기능도 떨어져 엄니는 이틀이 멀다하게 누어계십니다.

기력도 약해 걸핏하면 넘어져 다치고

밥 수저를 쥔 손도 저절로 떨려 스스로를 민망케도 합니다.

 

-엄니 괜찮아유. 원체 힘이 딸려 그러니께 암시롱 않게 드셔유.

 

내 딴엔 엄니 민망치 마시라고 위로 아닌 위로 말씀을 올리면

엄니는 멋쩍게 웃으시며 ‘내가 왜 이런다냐’ 로 답하십니다.

엊그제 밤에는 자정무렵 갑자기 기침을 하시더니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날이 밝기 무섭게 병원을 찾아 링거를 맞고

집에 와 한 숨 주무시니 기침이 잦아 들었는데-

이번에는 매스껍고 어지럽다며 오늘까지 내리 식사를 못하고 계십니다.

 

37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몸무게.

이젠 곱추처럼 휘어져 버린 등뼈.

언제나 차디찬 손과 발.

식사하는 것이 웬수 같다는 말씀을 들으면

엄니의 생(生)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값아야 할 빚 죽음.

 

이 말이 요즘들어 내 가슴에 더 와 닿는 이유입니다.

울 엄니의 현 상태를 보면 말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빚 내가 값아 드렸으면 좋겠는데-

난 아직도 엄니 미음 하나 제대로 끓여 드리지 못하는 불충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3년만 아니 1년 만이라도 아프지 않고 엄니가 웃는 모습으로 살다

그 빚을 갚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가을 처럼 짧은 인생 길,

사랑만 하기도 부족한 것 같은데 죽음의 빚까지 갚아야 하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아픈 이가 됐든 슬픈 사연을 짊어진 이든 간에 말입니다.

그래야 ‘빚’ 보다는 ‘빛’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니 빨리 쾌차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