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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엄니 선물을 대신 받으며-

by 고향사람 2015. 9. 30.

 

추석을 앞두고 엄니가 다니던 교회 여 집사가 찾아 왔습니다.

매년 추석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명절 선물을 가지고 오는 집사님입니다.

이번에도 한과 한 박스를 가져 왔습니다.

 

니 장례식에도 왔던 터라 집안에 엄니가 안 계신 걸 알면서도

아침 일찍 선물을 가져 온 겁니다.

-집사님. 엄니도 안 계신데 뭐하러 가져 왔어요.

 

고마움을-

감사함을 애둘러 표현하면서 한과 보따리를 받아 놓고 보니

엄니의 은근한 사랑이 떠오릅니다.

 

과하지 않게 주변을 살피던 엄니.

그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엄니께 보은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런 사실을 잘 몰랐음에 죄송함이 묻어 납니다.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서둘러 가시는 집사님을 향해 소리 쳤습니다.

-집사님 집사님. 내년 추석에도 선물 기다려도 되지요^^

염치도 유분수여야지만 여러 해 엄니를 위해 마음을 나눴던 우리 집사님의

깊은 정에 머리가 숙여 집니다.

 

그러고 보니 울 엄니를 대신해야 할 일들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어

내가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긴장이 됩니다.

-엄니 글쎄 왜 벌써 가셨유. 좀 더 사시면서 이것저것 다 가르쳐 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