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내리는 9월 둘째 주말.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예보도
마음을 심란하게 하지만
이 보다는 엄니의 건강 상태가 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합니다.
신장이 많이 나빠져 이제는 투석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며 지내는데-
몸이 많이 쇠약해진 엄니는 이제 모든 기관이 더 약해져 버렸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드셔도 체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잘 넘어지시고
눈도 점점 흐려져 뭐든 한 참을 들여다 보십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텃밭에 채소 씨를 뿌릴 때 마다
엄니는 이렇게 말 하십니다.
-나는 먹지 못할지라도 너는 잘 봐둬라. 무는 이쪽에 심고
마늘은 저쪽에 심어야 알이 실하다.
-유월태는 알맹이가 여물기 전에 따 냉동고에 보관하고
참깨는 패트병에 넣고 마개를 꼭 닫아 놓으면 벌래가 잘 나지않어.
전에는 며칠 외출하실 때 냉장고에 있는 반찬 데워 먹고 청소하는 것
일러 주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날마다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 번에는 장롱위 수위를 챙기시며
‘내 죽거들랑 깜박하지 말고 꼭 이 수의를 입혀달라’고 하셔서 그예
눈물을 떨구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몸이 약해지시면서는 농삿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는 듯
씨앗을 뿌릴 때 마다 옆에서 지켜보게 하십니다.
-엄니. 엄니는 시금치 드시면 안되잖유. 근디 뭐러 심게유.
=아녀. 나는 상관없는디 니나 먹으라구. 살짝 데쳐 무쳐 먹던지 국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나는디.
꼭 금세 돌아 가실 것 처럼 말씀 하시는 울 엄니를 보면서
수확의 계절 이 가을이 왜 그리 씁쓸해 지는지-
아 - 가을
엄니로 인해 슬픔이 더해지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합니다.
'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 엄니, 우리 엄니 (0) | 2015.09.28 |
---|---|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지만- (0) | 2015.09.19 |
수구초심(首丘初心) (0) | 2015.08.15 |
앉아서 십리 서서 백리를 본다? (0) | 2015.08.14 |
사돈 집은 가까워야??? (0) | 2015.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