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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이 가을-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by 고향사람 2015. 9. 11.

가을 비 내리는 9월 둘째 주말.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예보도

마음을 심란하게 하지만

이 보다는 엄니의 건강 상태가 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합니다.

 

신장이 많이 나빠져 이제는 투석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며 지내는데-

몸이 많이 쇠약해진 엄니는 이제 모든 기관이 더 약해져 버렸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드셔도 체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잘 넘어지시고

눈도 점점 흐려져 뭐든 한 참을 들여다 보십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텃밭에 채소 씨를 뿌릴 때 마다

엄니는 이렇게 말 하십니다.

-나는 먹지 못할지라도 너는 잘 봐둬라. 무는 이쪽에 심고

마늘은 저쪽에 심어야 알이 실하다.

-유월태는 알맹이가 여물기 전에 따 냉동고에 보관하고

참깨는 패트병에 넣고 마개를 꼭 닫아 놓으면 벌래가 잘 나지않어.

 

전에는 며칠 외출하실 때 냉장고에 있는 반찬 데워 먹고 청소하는 것

일러 주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날마다 말씀을 하십니다.

 

지난 번에는 장롱위 수위를 챙기시며

‘내 죽거들랑 깜박하지 말고 꼭 이 수의를 입혀달라’고 하셔서 그예

눈물을 떨구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몸이 약해지시면서는 농삿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는 듯

씨앗을 뿌릴 때 마다 옆에서 지켜보게 하십니다.

 

 

-엄니. 엄니는 시금치 드시면 안되잖유. 근디 뭐러 심게유.

=아녀. 나는 상관없는디 니나 먹으라구. 살짝 데쳐 무쳐 먹던지 국 끓여 먹으면 얼마나 맛나는디.

꼭 금세 돌아 가실 것 처럼 말씀 하시는 울 엄니를 보면서

수확의 계절 이 가을이 왜 그리 씁쓸해 지는지-

 

아 - 가을

엄니로 인해 슬픔이 더해지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