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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무리 재수없기로니-

by 고향사람 2015. 8. 13.

엊그제였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마당에 있던 농작물 쓰레기를 쓸어 모아

뒷밭 공터에 버리러 갔습니다.

그곳에 버리면 썩어 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삼태기에 담아 간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 서는 순간

그만 거미줄이 얼굴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떼어내다 보니 숲으로 연결이 됐던 거미줄까지 따라 올라와

내 손에 감겼습니다.

 

끈적거리는 거미줄을 돌돌 말아 떼어내는 순간 오른 손 중지 손가락에

엄청난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가만 살펴보니 나보다 먼저 거미줄에 걸렸던 땅벌이 죽지 않고 있다가

나를 적으로 오인해 마지막 복수를 한 셈이었습니다.

 

독기를 잔뜩 품은 땅벌에 쏘였으니-

그 고통이 배가 됐나 봅니다.

금세 쏘인 자리가 벌걷게 되더니 이튿날에는 붓기가 손등까지 올라 왔습니다.

통증과 함께 가려움도 극심해 병원을 찾았더니

주사 한 방에 3일치 약 처방을 주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촌에 살면서 숱하게 벌을 쏘여 봤지만

병원에 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내가 벌집을 건드렸거나 작업하다 쏘인 것도 아닌

거미줄에 걸려 다 죽어가는 벌에 쏘여 병원엘 다 가다보니

참 재수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재수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내가 그 꼴이었지 뭡니까.

마당 청소 잘하고 쓰레기도 재활용하려고 텃밭까지 올랐다가

거미줄에 걸려 죽어 가던 벌에 쏘였으니-

 

아직도 벌에 쏘인 상처부위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

그 모습이 보이면 ‘에이-’소리가 절로 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경험삼아 중추절을 앞두고 벌초하러 다닐 때

벌을 더 조심하게 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웃고 맙니다.

 

님들도 벌한테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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