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이 말은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불교 ‘화엄경’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갑자기 일체유심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내가 그?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저께 일입니다.
저녁나절이면 밭에 나가 김을 매는데- 갈 때 물 한 병씩을 가져갑니다.
아무리 해질녘이라지만 삼복(三伏)에 밭일을 하려면 땀이 많이 납니다.
이때 갈증 해소를 위해 물을 가져 가는 겁니다.
그런데 열흘전쯤 일을 하러 나갔다가 급한 일이 있어 호미와 괭이, 그리고
물병까지 밭에 놔두고 집으로 돌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다시 물 한 병을 가지고 밭에 나갔습니다.
한참을 일하다 갈증이 나 물병을 찾아 물을 마셨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한번에 다 마셔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시간 정도 더 일하고 집에 가기 위해 연장을 챙기는데
또 다른 물병이 핸드폰 옆에 놓여 있는 겁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먼저 내가 마신 물병은 열흘 전쯤 가져다 놓은 겁니다.
바쁜 일로 밭에 나왔다 그냥 들어 갔던 날.
이 생각이 떠오르니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오는 겁니다.
시원하게 마셨던 물이 오물을 마신 것 처럼 말입니다.
뚜껑 딴 병 물을 밭에 열흘 동안 방치했다 마셨으니-
금세 배탈이라도 날 것 같은 염려가 들었습니다.
그 때 생각 난 것이 바로 일체유심조였습니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원효스님이 한 토굴에서 마셨다는 해골물과 함께 말입니다.
잠결에 목이 말랐던 원효스님 물을 마셨는데 날이 밝아보니
그 물이 해골바가지에 고인 썩은 물임을 알게 됩니다.
이 때 스님은 -해골에 담긴 물은 어젯밤과 오늘 모두 똑같은데,
어째 어제는 단물 맛이 나고 오늘은 구역질을 나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깨달은 것이 ‘어제와 오늘 사이 달라진 것은 물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라며 ‘진리는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다’(일체유심조)라고
대각을 한 뒤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 갔다는-
(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
나 역시 밭에 던져 놓았던 물을 마시고 갈증을 해소했지만
그것이 열흘 묵은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헛구역질을 해댄 것 까지는
원효스님의 득도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어이해 나는 일체유심조 대신 밤새 설사만 해야 했는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역시 난 깨달음을 모르는 소인배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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