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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기둥? 세우는 건 젊은이가 낫잖유

by 고향사람 2015. 9. 5.


요 며칠 강화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휀스(울타리) 설치하는데 일손이 필요하다는 카페 글을 보고 지원을 했는데-

이게 현장에 와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과는 엄청난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고향집 뒷곁을 둘러싸고 있는 담이 오랜 세월 방치해 놓은 탓에

허물어지기 직전이라 이를 수리해야 겠다고 맘을 먹고 있었지만

솜씨가 젬병인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차

휀스를 설치하는데 도움을 줄 일꾼을 모집한다기에 얼른 연락을 했던 겁니다.


내 딴엔 이곳서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벌어 우리 집 뒷담 수리하는데

그 노하우를 쓰자는 거였습니다.

숙식 제공에 기술이 없어도 된다는 현장 소장의 멘트에 당일 바로 상경했습니다.

마침 엄니 건강도 나아지셨고 한 여름 더위도 꺾인터라 용기가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일반 가옥이나 심하면? 공장 울타리 정도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이건 부대 철책을 치는 일이었습니다.

건너편이 바로 북한 땅인 그런 곳에서 직경 00 길이 00 인 쇠기둥을 박고

그 사이에 쇠망과 철조망을 올리는 작업이었던 겁니다.

이거 역시 휀스에 해당하니 할 말은 없었지만

나 같은 초자가 감당하기에는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땅을 1미터 이상 파 쇠기둥을 세우는 일은 더 그랬습니다.

이게 군대 일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둥과 기둥 사이는 물론

높이 수평 각 등이 정확히 맞아야 되니-

현장 소장 역시 여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작업 시작한지 사흘 정도 되던 날 이젠 서로 낯이 익은 사이가 된 만큼

허물없는 농담도 주고 받게 돼 넌지시 물었습니다.


-소장님. 기둥 세우는 건 아무래도 힘 좋은 이십대가 낫잖유.

근디 일하는 이들이 다 50대니 세우는? 게 벅차지유.


처음에는 뭔 말인지 잘 못 알아 듣던 현장 소장.

내가 거듭 -요즘은 새벽에 잘 서지도 않는당께유 하자

그재서야 뭔 소린지 알겠다는 듯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잘 세우지는 못해도 기술?은 있잖유 라며 우문현답(愚問賢答)합니다.

고향집 울타리로 철책을 세울 일은 없겠지만

암튼 요 며칠 재밋게 일하고 있습니다.


기둥 세우는 일이라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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