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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얄궂었던 하루

by 고향사람 2015. 7. 8.

 

어제였습니다.

얄궂었던 날이-

 

지난달부터 도통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잘 못하셨던 엄니께서

며칠 전부터는 몸 컨디션이 더 나빠지셔 어제 홍성에 있는 한 병원에 갔습니다.

각종 검사 후 담당 의사가 입원을 한 뒤 좀 더 지켜보자고 해

엄니는 바로 입원을 했고 나만 저녘나절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집에 막 도착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혹시나 싶어 얼른 들어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더니

동네 형님이었습니다.

며칠 전 고향집을 방문하시기로 했던 백모(큰어머니)께서 오셨으니

빨리 건너오라는 겁니다.

 

 

순간 큰동서 오기를 학수고대 하셨던 엄니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때 오시기로 했던 큰어머님이 못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몹시 서운해 하셨던 엄니인데-

하필 병원에 입원 한 날 큰어머님이 고향을 방문하신 겁니다.

 

나만 한달음에 달려가 큰어머니를 뵈었는데-

90 넘은 노구를 휄체어에 의지해 마당 한 가운데에 계셨습니다.

뵙고 인사를 드리자 마자 내 손을 꼭 잡고

큰 소리내 우시는 큰어머니를 보니 내 눈에서도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몇 년만에 방문한 고향집이신지-

또 얼마만에 보는 고향사람들인지-

큰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찾아 올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살아서는 다신 못 보고 못 올 줄 알았다는 말씀에 동네 어르신들도

이심전심이 돼 다들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나야 지난해 큰어머님 계신 곳을 찾아 가 뵈었었지만

고령에 차 멀미까지 심한 울 엄니는 긴 여행을 못해 큰동서 본지도

여러해가 됐습니다.

그런데 하필 병원에 입원하신 날 큰동서가 고향에 왔으니-

이 소식을 들으면 울 엄니 많이 속상해 하실 것 같습니다.

모처럼 삼동서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팔다리는 자유롭지 못해도 정신은 말끔하신 큰어머님을 다시 뵈니

만감이 교체했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대답대신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알사탕 서너개를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십니다.

-그려 내 오래 살껴.

덕분에 내게는 그런 대답으로 여겨졌습니다.

형수가 들으면 서운할지 몰라도 말입니다.

 

오늘 병원에 들러 엄니 상태를 본 뒤 가능하면 모셔와

큰어머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볼 참입니다.

아마 울음바다가 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