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로 향한다는 뜻으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오늘 아침은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고향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하셨던 백모님(큰어머님)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입니다.
벌써 수년째 몸이 불편해 고향을 등지고 큰 아들댁에 머물고 계셨던
큰어머님의 외출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 집니다.
그동안 고향산천과 이웃들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을까.
그 사무침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백부 숙부를 비롯해 울 아버님까지 3형제 분들이
운명을 달리 할 때까지 한 동네서 사셨던 터라
삼동서 지간의 우애도 남달랐습니다.
장닭 한 마리만 잡아도 3형제 가족들이 다 모여 고기 한 점이라도 나눠 먹었으니-
네 식구 내 식구가 따로 없을 정도 였었습니다.
그러다 남편들이 다 돌아 가시고 삼동서만 남아 집을 지키다
큰 엄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큰 아들이 모셔가는 바람에
빈 집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차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는데- 몸이 좀 좋아진 큰어머님이
고향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린 겁니다.
큰아들이 모셔 온다고 하니 그 소리만 듣고도 울 엄니는 감격해 하십니다.
90세를 넘긴 울 큰 엄니-
아마 이번 고향 방문 후에 몇 번이나 더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 마음이 읽어 집니다.
고향을 그리워 하는 수구초심(首丘初心)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수구초심(首丘初心) 보다
수구지정(首丘之情)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 말입니다.
큰어머님을 뵈면 큰 절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친어머니 처럼 따뜻한 정을 많이 주셨던 분인지라
고향 방문 소식에 내 가슴도 콩닥거립니다.
한시라도 빨리 뵈었으면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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