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향 집 근처에서 이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고물 팔아요. 고물-’
엄니 혼자 사시는 고향집에 올 때마다
집 안팎을 정리하다 보면 쓸만한 고물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걸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고물 팔아요. 고물-’ 소리가 참 반가웠습니다.
오래 된 책
모아 둔 신문 뭉치
헌 옷
물건을 사올 때 포장지로 쓰인 박스
농사지으면서 사용하던 비닐
음료 병
정말 집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고물이 많기도 합니다.
이걸 잘 분류해 놓았지만 막상 쓰레기로 버리기도 아까울 참에
고물장수가 집 앞 대문까지 와서 ‘고물 팔아요. 고물-’하면
정말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고물 값으로 두루마리 휴지나 세제 등을 줄 때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맛과 마당 쓸며 동전 줍는 재미’를 실감케 합니다.
헌데 몇 달 고향집에서 머무는 동안 알게 된 건
고물 장수의 출현? 횟수가 엄청 많다는 겁니다.
평균 1주일에 두 팀 정도는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아날로그 티브와 구형 컴퓨터 본체 등을
내 주면서 물었습니다.
요즘들어 고물장수가 많아 진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들렸습니다.
-사는 게 점점 어려워서 그럴겁니다.
사는 게 어려운 것과 고물장수가 느는 게 뭔 상관관계일까 하는 중에
부연 설명이 들립니다.
고물장사는 초기자본도 적게 들고 부부가 같이 할 수 있고
큰 기술이 필요치 않아서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내 생각엔 온 동네 맘껏 돌아 다니며 구경하고
말 그대로 엿장수 맘이라고-
고물 수집 형편에 따라 휴지 한 롤이라도 더 줄 수도 있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고
자유롭고-
장점이 많아 보였지만 정말 생활이 어려워서 할수없이 나선 길이라면
내 생각은 ‘오버’에 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끔 우리 집 파란 대문 앞에와서 ‘고물 팔아요. 고물-’하고 외치는
고물장수 부부가 생각나 요즘은 나도 고물 모으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열심히 사는 그 부부를 위해 버리지 않아도 될 멀쩡한 물건까지
내 놓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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