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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총을 사긴 샀는데-

by 고향사람 2014. 9. 16.

고향집 주변에는 수십년된 호두나무가 서너그루 있습니다.

가을에 주렁주렁 열린 호두를 털어 내면

한 가마니 이상 수확을 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는 호두가 익기도 전에

야산에 사는 청설모가 내려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훔쳐가는 겁니다.

청설모가 나타나면 고함을 치고 돌멩이도 던져 보지만

순간 멈칫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오히려 dif밉게도 힐끗힐끗 쳐다보며 놀리는 듯 해

정말 약이 오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저걸 꼭 잡고 말거야-

청설모를 볼 때 마다 다짐을 했지만 그 날랜 짐승을 어찌 잡겠습니까.

매년 호도 한 알 건지지 못한 억울함?도 컷지만

사람 무서워 하지 않는 청설모가 더 괘씸해

올해는 총을 구입했습니다.

청설모를 죽이진 못할 지라도 고통이라도 안겨 주고 싶어섭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3일정도 기다리다 보니

총이 도착했습니다.

손으로 잡고 호두나무를 향해 조준을 해 보니 벌써 ‘손맛’이 와 닿습니다.

-그려 이젠 청설모와 전쟁을 하는 겨.

 

그런데 황당한 것은 총알이 영 아니었습니다.

총과 함께 보내온 총알로는 청설모는 그만두고 참새도 못 잡게 생겼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시커먼게 충격 좀 주겠다 싶었는데

총알을 꺼내 자세히 보니 검은 콩이었습니다.

-이걸로 뭘 잡으라는 겨

 

결국 총알을 새로 마련키로 했습니다.

근처 하천에 나가 맨질맨질한 조약돌을 잔뜩 주어 왔습니다.

이걸로 총알을 대신하니 그제서야 파워가 나왔습니다.

청설모를 맞추면 충격이 대단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호두나무 근처서 아무리 기다려도 청설모가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이상타 싶어 나무를 올려다 보니 어느새 호두를 다 따가 버렸습니다.

마음 먹고 장만한 총이 사용도 못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마당 한 구석에 과녁을 설치하고 날마다 총 쏘는 연습만 하고 있습니다.

 

소리도 없이 조용하고

콩알로 총알을 대신하고

호랑(주머니)속에 쏘옥 들어가 휴대도 간편한 내 새총.

내년 가을이나 돼야 청설모하고 본격적인 전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늦가을에 검은 콩도 많이 수확할 수 있으니

총알도 넉넉할 테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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