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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빨간 마티즈

by 고향사람 2014. 8. 13.

필리핀에서 빨강 & 분홍색은 바욧컬러라고 합니다.

특히 분홍색이 그렇습니다.

바욧이란 레즈비언을 뜻하는 피노이 언어입니다.

 

한국에서는 빨강 셔츠나 분홍색 가디건을 걸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충청도 양반에 샌님기질?이 있어 더 그랬습니다.

그랬던 내가 필리핀에서 사는 동안은 오렌지색 셔츠를 즐겨 입게 됐고

분홍이나 빨강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화려한 컬러가 좋아 진다더니-

내가 그 짝이지 싶어 졌습니다.

내가 에어컨 바람이 싫어 분홍색 가디건을 걸쳤더니 아우가 한마디 합니다.

-형 바욧이라고 놀림 받겠어.

그러거나 말거나 이 후 내 셔츠는 빨강도 몇 벌 늘었습니다.

대개는 축구 응원복? 같은 붉은악마 스타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됐나 봅니다.

빨강색이 좋아 진다는-

 

지난해 말 한국에 홀로 계신 엄니를 모시기 위해 나왔습니다.

벌써 여러 달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집수리도 하고 농사처도 돌보고 하는데-

타고다닐 차가 없으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덥썩 차부터 사기도 그렇고-

그러던중 마침 한국에 있을 때 중고차 매매사업을 하다 후배에게 넘긴

경험이 있는 외사촌 아우에게 차 좀 한 대 알아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사흘만에 차 한 대가 왔습니다.

빨강 마티즈로 말입니다.

 

-형 지금 탈 만한 건 그 차 밖에 없대. 빨강은 필리핀서 형이 좋아하는 색이잖여.

 

아무리 임시방편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싶어 졌습니다.

마침 지붕에 페인트 칠 하고 남은 게 조금 있는데-

그걸 발라 말아

요즘 은근 고민중입니다.

빨강 마티즈를 보면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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