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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친환경적인 우리 집

by 고향사람 2014. 8. 12.

친환경적?

여기에 ‘자연’을 붙여 자연친환경적이라면 더 그럴듯 해 보입니다.

뭔가 특별할 것 같다는-

 

우리 집이 바로 친환경적이다 못해 자연친환경적이라면

대개는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농사처도 아니고 시골집이 친환경적이라고 해 대니 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 안팎에 온갖 곤충과 짐승들이 설치기 때문입니다.

 

모기 파리는 인간과 가장 친한? 곤충인지라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에도 흔하디 흔한 거라서

목록에 집어 넣을 것 까지도 없지만

지네와 뱀이 집안에서 기어 다닌다면 이건 말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처마에는 바가지 만한 말벌집이 달려 있고

벽장과 다락에는 고양이 새끼 버금가는 쥐가 설치지

장롱 틈에는 노린재와 토방에는 개미집까지 있다보니

우리 집은 친환경을 넘어 자연친환경적이 돼 버렸습니다.

 

벌써 지네한테는 두 번이나 물려 다리가 퉁퉁 부었었고

말벌한테 쏘인 팔뚝은 아직도 상처가 낫지않았습니다.

화단과 창고를 오가며 집안 생활을 즐기는 뱀은

독이 없는 종류지만 보기만 해도 섬뜩할 정도로 큽니다.

 

큰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그냥저냥 어울려 살려 했더만-

지네한테 물리고 벌 한테 쏘이고 하다보니 은근히 화가 치밉니다.

-이게 뉘 집인데 객들이 주인행세 하는 겨.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다 내 쫒아 버리기로 했습니다.

 

먼저 추녀 밑에 매달린 말벌을 장대로 쑤셔 떼어낸 다음

모기약을 뿜어 일망타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개미집을 헐어 버리고 뱀이 다니는 구멍도 다 메꿨습니다.

지네가 들어 올 만한 틈도 방충망으로 둘러 쳤고

쥐도 끈끈이를 사방에 놓은 다음 사로잡았습니다.

며칠간 부산을 떨어 댄 탓인지 요즘은 좀 조용해 졌는데-

아직도 뱀을 잡지 못해 은근히 불안합니다.

 

자연친화적이다 보니 벌레와 해충만 몰려 드는 우리 집.

아무래도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친환경적이라는 말-

우리 집에서는 색다르게 들리는 단어가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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