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뒷곁에는
장독대와 함께 감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장독대는 엄니 손길만 타는 까닭에
내가 눈길 둘 곳이 아니고
감나무 역시 제멋대로 꽃피고 열매 맺고 하는 터라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최소한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소 닭보듯 한 세월 보내고 난 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면 감나무를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노랗다 못해 붉게 물들어 가는 홍시가 눈에 들어 오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나뭇잎이나 열매가 모두 푸른색일 때는
나무를 쳐다봐도 감이 보이질 않습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 한 말입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감이 익기 시작하면
노랗고 붉은 감이 저절로 보입니다.
나무 스스로가 감출수 없을 만큼 또렸이 드러나는
홍시들-
정말 세월 앞에서는 감출것이 없나 봅니다.
그게 어디 감 뿐이겠습니까.
내 옆머리도 하얗게 쇤지 오래입니다.
감출려고 해도 자연히 드러나는 흰머리카락.
정말 세월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는 새치 한개 가지고도 오도방정을 다 떨었는데-
긴 세월이 흐르고 나니 백발이 될 것 같은 머리를 보면서도
무심해 집니다.
이것도 세월 탓인가 봅니다^^
머리카락이 쇤 만큼
마음이 영글었다면 후회라도 줄어 들겠지만-
1년에 한 번 열매 맺는 감나무보다 못한 생각이 드니
인생이 무상해 집니다.
사는 게 뭔지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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