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으로 쓴 이야기

세월 앞에서는 숨길 것이 없습니다

by 고향사람 2014. 9. 14.

고향집 뒷곁에는

장독대와 함께 감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장독대는 엄니 손길만 타는 까닭에

내가 눈길 둘 곳이 아니고

감나무 역시 제멋대로 꽃피고 열매 맺고 하는 터라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최소한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소 닭보듯 한 세월 보내고 난 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면 감나무를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노랗다 못해 붉게 물들어 가는 홍시가 눈에 들어 오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나뭇잎이나 열매가 모두 푸른색일 때는

나무를 쳐다봐도 감이 보이질 않습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 한 말입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감이 익기 시작하면

노랗고 붉은 감이 저절로 보입니다.

나무 스스로가 감출수 없을 만큼 또렸이 드러나는

홍시들-

 

정말 세월 앞에서는 감출것이 없나 봅니다.

 

 

그게 어디 감 뿐이겠습니까.

내 옆머리도 하얗게 쇤지 오래입니다.

감출려고 해도 자연히 드러나는 흰머리카락.

정말 세월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는 새치 한개 가지고도 오도방정을 다 떨었는데-

긴 세월이 흐르고 나니 백발이 될 것 같은 머리를 보면서도

무심해 집니다.

 

이것도 세월 탓인가 봅니다^^

 

 

머리카락이 쇤 만큼

마음이 영글었다면 후회라도 줄어 들겠지만-

1년에 한 번 열매 맺는 감나무보다 못한 생각이 드니

인생이 무상해 집니다.

 

사는 게 뭔지 하고 말입니다^^

'그림으로 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은 운동의 계절^^  (0) 2014.09.23
대하(大蝦)의 부고(訃告)  (0) 2014.09.20
하늘을 봐요^^  (0) 2014.09.06
벌초  (0) 2014.08.31
이열치열 -  (0) 201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