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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좋은 일 한 것 같은데도-

by 고향사람 2014. 3. 4.

어제 오후 뒷산에 올랐다가 내려 오는 길에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닭을 잡아 뜯어 먹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것도 우리 집 텃밭에서 말입니다.

 

순간 생각하고 말것도 없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힘껏 내리치면서 개를 쫒았습니다.

입에는 닭털이 묻은 채로 힐끔힐끔 거리며

마지못해 달아나는 개를 보면서 숨이 넘어가는 닭을 주었습니다.

 

다리를 잡고 대충 살펴보니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닭털이 숱하게 빠진 것은 물론 내장까지 터져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닭은 죽지 않고 가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내 발로 숨통을 눌러

닭이 눈을 감도록 했습니다.

내 생전 처음으로 닭의 숨통을 끊은 셈이었습니다.

 

죽은 닭을 뒤곁에 놓아두고 엄니한테 좀 전의 상황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지난 번 목줄이 풀린 개가 닭을 네 마리나 잡아 죽였다는-

동네 김씨 아저씨 댁에 전화를 하는 겁니다.

-그 집 개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한 겁니다.

 

그런데 그 집 개는 그대로 있다는 답이 금방 왔습니다.

할수없이 닭을 방사해 기르는 집을 확인해 보고

우선 뒷집 아주머니한테 가 물었습니다.

이 죽은 닭이 그 집 건지 말입니다.

한 눈에 자기 닭을 알아 본 옆집 아주머니는 잠시 망연자실해 보였습니다.

 

알을 빼 먹는 닭이 죽었으니-

죽은 닭을 건네고 돌아 오는 길에 텃밭을 보니

거기에 닭을 잡아 먹던 개가 있었습니다.

뭔가 아쉬움 커 다시 그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순간 개도 밥 먹을 땐 건드리지 않는 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난 애써 잡은 닭을 먹는 개를 쫒아 내고

그 먹이를 통째로 빼앗아 왔으니-

암튼 오늘 밤부터는 밤길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커다란 개가 갑자기 달려 들면 나 역시 물려죽은 닭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아섭니다.

 

살다보면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이 잘 안설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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