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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엄니 등 좀 밀어 주세요’

by 고향사람 2014. 2. 28.

독감을 치르고 나선지 뜨신 물에 몸을 담고 싶어 졌습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아 자칫 감기가 도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며칠 샤워도 못한 터라 욕조에 물을 받았습니다.

 

잠시 뒤 욕실은 뜨거운 김으로 앞뒤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이 됐지만

욕조에 들어가 목까지 몸을 담그니 시원타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며칠간 오뉴월에 학질 걸린 사람 처럼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한 몸인지라

개운한 기분이 배가 됐습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으니 말입니다^^

 

한참 몸을 담근 뒤 비누칠을 하다보니

등이 근질근질합니다.

샤워 타월로 아무리 문질러도 성이 차지 않아

안방에 계신 엄니를 불렀습니다.

-엄니 등 좀 밀어 줘유.

 

오른손에 이태리 타월을 끼고 50이 훨씬 넘은 아들의 등을 밀어 주는 팔순노모.

은근히 죄송한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합니다.

-엄니가 등을 밀어 주니 엄청시원헌디유.

근디 엄니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괴기(고기)국이라도 좀 끓여 먹어야 쓰겄다.

등짝 살이 다 빠져 버렸응께. 고까짓 감기 며칠 앓았다고 몸이 쏙 빠지냐.

허기사 니도 예전 같았으면 늙은이 대접 받을 나잉께.

 

팔순 엄니는 당신의 수고보다 살빠진 아들 등짝이 더 안스러운가 봅니다.

고향집서 엄니와 산지가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못다한 효(孝) 좀 한다고 마음 먹고 왔는데-

이건 엄니의 보살핌을 받는 어린아이 처럼 돼 버렸으니

내 평생 엄니 그늘에서 벗어날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나이 환갑이 넘어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