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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건강검진 받았어요

by 고향사람 2014. 3. 1.

필리핀서 지내는 날이 많다보니

한국에서 빼 먹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동창모임이나 연말연시 행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격년으로 하는 건강검진도 여러 해 못 받았습니다.

그러던차 마침 지난 주 보건소에서 직원이 마을회관을 방문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광고를 했나 봅니다.

 

엄니가 듣고 오셔서는 나도 해당이 되니 이번 기회에 받으라고 성화십니다.

보건소 직원으로부터 채변 봉투까지 챙겨 오셨습니다.

건강검진 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오늘은 고향 장날이기도 합니다.

 

엊저녁부터 금식을 하고 채변 봉투까지 잘 챙겨

보건소 앞마당으로 나갔더니 대형 검진차가 와 있었습니다.

혈압재고 피 뽑고-

여기에다 가슴 엑스레이 촬영에 위장 조영술까지 마치고 나니

뭔지 모르게 시원했습니다.

묵은 일을 해 낸 것 처럼 말입니다.

 

내 고향이 시골이라선지 같이 검진을 받은 분들은 다 어른들이셨습니다.

50대인 내가 가장 젊은이?였으니까 말입니다.

위장 검사시 먹는 하얀 약물 때문에 힘들었다는 노인분이나

먼 동네서 아침부터 빈 속으로 걸었더니 팔다리허리까지 아프시다는 분.

장보러 가야 한다며 검사 빨리 해달라고 떼쓰는 할머니까지

 

순간 보건소 일대는 장터보다 더 큰 난장이 들어 선 느낌이었습니다.

이 중 한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간신히 오셨다길래 내려가는 길을 부축해 드렸더니

자전거 앞에서 멈추시는 겁니다.

- 이거 내 자전거여. 이거 타고 갈꺼니까 어여 가유.

 

80 넘은 분이, 게다가 허리가 아파 죽겠다는 할머니가

거뜬하게 자전거에 올라 타는 겁니다.

- 이거이 없으면 난 꼼쩍 못혀.

 

기우뚱 거리며 막 출발하는 할머니 등 뒤에 대고 소리 쳤습니다.

- 할머니 다음부터는 건강검진 받지 마세요.

그 정도면 100세까진 문제 없을 것 같으니까 말유^^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체력 만도 못한

내 몸뚱아리만 원망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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