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을 치르고 나선지 뜨신 물에 몸을 담고 싶어 졌습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아 자칫 감기가 도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며칠 샤워도 못한 터라 욕조에 물을 받았습니다.
잠시 뒤 욕실은 뜨거운 김으로 앞뒤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이 됐지만
욕조에 들어가 목까지 몸을 담그니 시원타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며칠간 오뉴월에 학질 걸린 사람 처럼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한 몸인지라
개운한 기분이 배가 됐습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으니 말입니다^^
한참 몸을 담근 뒤 비누칠을 하다보니
등이 근질근질합니다.
샤워 타월로 아무리 문질러도 성이 차지 않아
안방에 계신 엄니를 불렀습니다.
-엄니 등 좀 밀어 줘유.
오른손에 이태리 타월을 끼고 50이 훨씬 넘은 아들의 등을 밀어 주는 팔순노모.
은근히 죄송한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합니다.
-엄니가 등을 밀어 주니 엄청시원헌디유.
근디 엄니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괴기(고기)국이라도 좀 끓여 먹어야 쓰겄다.
등짝 살이 다 빠져 버렸응께. 고까짓 감기 며칠 앓았다고 몸이 쏙 빠지냐.
허기사 니도 예전 같았으면 늙은이 대접 받을 나잉께.
팔순 엄니는 당신의 수고보다 살빠진 아들 등짝이 더 안스러운가 봅니다.
고향집서 엄니와 산지가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못다한 효(孝) 좀 한다고 마음 먹고 왔는데-
이건 엄니의 보살핌을 받는 어린아이 처럼 돼 버렸으니
내 평생 엄니 그늘에서 벗어날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나이 환갑이 넘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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