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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꽃상여 운구하던 날

by 고향사람 2013. 12. 20.

꽃상여-

언뜻 생각하면 ‘낭만’과 가까울 것 같지만

실제는 ‘절망’의 언저리에 핀 마지막 꽃입니다.

 

어저께 고향 어른이 마지막으로 탄 꽃상여를 운구했습니다.

향년 92세-

하지만 10여년 넘게 병마와 싸운 분이라

마지막 가시는 길이 슬픔을 더 했습니다.

 

마침 고향집에 머물고 있던 터라

문상을 할 수 있었고 더불어 꽃상여 운구까지 하게 됐습니다.

고향인근에 사시는 분들이 다들 연로하신지라

상여를 메는 일이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된 것입니다.

그것도 맨 앞자리를 차지하니 그 부담이 여느 때 보다 더했습니다.

 

요령 소리에 맞춰 꽃상여를 산 중턱까지 운구하는데-

어깨에 들어가는 힘 보다 엄습하는 추위가 더 참기 힘들었습니다.

하긴 필리핀서 더위에 적응돼 있다가 갑자기 추운 한국 겨울을 맞았으니

체감 추위는 훨씬 더했습니다.

 

운구가 끝나고 고인의 관이 땅에 묻히는 모습을 보자니-

정말 인생무상이 실감났습니다.

한 겨울이지만 따스한 솜이불 한 채 차지하지 못하고

흙이불과 뗏장을 덮어야 하는 주검-

 

‘공수래 공수거’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생전에는 뭔가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발버둥 치는 게 인간이니

오늘 또 그 욕심이 얼마나 부질 없는 짓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염의에 주머니가 없는 것도

올 때 빈 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그리 하는 것이라고

무언의 가르침을 주지만 우리는 욕심을 놓지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꽃상여를 메면서-

내 마음속의 탐 진 치를 얼마나 떨쳐 냈는지.

오늘 밤엔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꽃상여 한 번 타면 돌아 올 수 없는 인생길-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던 선인들의 말씀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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