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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오땅 오땅’하다보니-

by 고향사람 2012. 8. 24.

오땅-

과연 무슨 뜻일까요.

어렸을 때 달리기 라인에 서서 ‘요이- 땅’ 하면서 뛰어 나가던

그 소리와 어감이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아니랍니다^^

 

오땅은 ‘외상’거래나 ‘가불’할 때 쓰는 비사야어랍니다.

필리핀 남부지방 사투리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그런데 이 사투리가 우리 사무실에서는 매일 빠지지 않고 사용됩니다.

가불을 자주하는 일꾼들 때문입니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취업을 하자마자 오땅, 그러니까 가불부터 한다는 겁니다.

가정집에서 일하는 헬퍼는 물론 사무실 현장 근무자들 할 것 없이

오땅은 이 나라 일꾼들의 습관으로 자리잡은지 오랩니다.

 

출근하고 이틀이면 영낙없이 경리과에 들러 하는 말이 오땅입니다.

가난한 살림에 또 취직하기 전까지 수입이 없었을터이니-

오땅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첫 오땅이 퇴사할 때까지

이어져 한 번도 제대로 된 월급을 받아가는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침부터 ‘보스-’하면서 뒤통수 긁어대며 다가오는 녀석은 틀림없습니다.

‘왜그래’ 하고 묻느니 ‘얼마 필요한데-’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이렇게 매번 오땅 오땅하다 보니 정작 월급날에는 받을 돈이 없습니다.

 

가불없는 살림을 위해 오늘부터는 ‘요이 땅’하고 새 출발하라고

모두에게 일러둬야 겠습니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