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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닭잡아 먹기 전에는 꼭 이 말부터-

by 고향사람 2012. 8. 29.

-너 염소 빠따이 시킬 줄 알아.

토종닭 백숙이 먹고 싶을 때 아우가 헬퍼에게 하는 말입니다.

‘빠따이’는 영어로 킬, 그러니까 죽이다라는 말입니다.

 

 

이를 다시 풀어? 보면

-너 염소 사오면 잡을 수 있지.

하고 헬퍼에게 좀 강한 어조로 물어 봅니다.

그러면 아가씨 헬퍼들은 손사래질을 치며 못 한다고 난리들입니다.

이 때 아우가 다시 제안을 합니다.

 

-그러면 닭은?

 

이 말엔 망서릴 것도 없이 잡을 수(죽일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것도 아주 쉽게 말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닭 몇 마리 사오면 잡아서 요리할 수 있지.

들으나 마나 오케이입니다.

덕분에 나도 이날 저녁에는 근사한 백숙을 먹게 됩니다.

 

 

-너 염소 잡을 수 있어.

이 질문이 처음부터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전에 있던 헬퍼에게 토종닭을 사와 잡으라고(죽이라고) 건네주자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겁니다.

자긴 죽은 닭만 요리할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아우는 새 헬퍼가 오면 ‘염소를 잡을 수 있느냐’고 물어 봅니다.

어떻게 염소를 죽이냐며 펄쩍 뛰는 헬퍼에게 다시 제안을 합니다.

-그러면 닭은 잡을 수 있냐.

 

 

이 말에 할 수 없이 ‘예’ 하고 대답하는 헬퍼-

그래도 염소 죽이는 것 보다는 닭 잡는 게 쉬운 건 아는지

처음 일지라도 닭을 선택합니다.

아무렴 염소를 잡으라 할까^^

 

 

이날 이후부터 헬퍼가 바뀌어도 닭 잡는 것은 문제도 아니게 됐습니다.

토종닭이 먹고 싶은 분들은 시골에서 두 어마리 사온 뒤

헬퍼한테 죽이라고 하기 전 꼭 염소부터 잡아 봤냐고 물어 보기 바랍니다.

염소 잡을 줄 아니- 하고 물은 뒤 겁먹은 표정을 지을 때

-그럼 닭은 잡을 수 있어 하면 100% 오케이하고 답이 나옵니다.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을 지라도 말입니다.

 

 

좀 짖굿은 질문일지라도 우리처럼 생전 닭을 죽여 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한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요즘은 토종닭 백숙에 찜, 도리탕까지-

제법 맛나게 먹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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