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은 우리 회사 트럭기사입니다.
40대 초반에 ‘비사야’(필리핀 남부 언어)만 잘 하는 순한 직원입니다.
그가 운전하는 붐 트럭은 기중기가 달려 있어 하중이 나가는 물건과
작은 백호(포크레인)를 운반하는데 요긴하게 쓰입니다.
덕분에 이 트럭은 운전도 잘 해야 하지만
물건을 싣고 내리는 기술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볼 때 마이클은 이 차 운전수로 적격입니다.
마이클 역시 이 차를 운전하는 것을 좋아 합니다.
그래선지 아침 저녁으로 세차를 하고 좀 이상한 곳이 있다 싶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 보고를 합니다.
이런 마이클이 얼마 전에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집안에 우환이라도 있나 싶던 참에 하루는 휴가를 신청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닐라에 다녀와야겠다며 말입니다.
민다나오 까가얀데오로에서 마닐라는 꽤 먼 거리입니다.
이곳 사람들 움직임대로라면 배만 24시간을 타야하고 또 마닐라에서 볼 일 보고
되돌아오기 위해서도 똑 같은 시간이 듭니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시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일반 서민은 언감생심입니다.
마이클 역시 가난한 살림인 것은 우리가 더 잘 아는데-
그래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 참을 머뭇거리던 마이클이 입을 뗀 건 우리 방으로 건너 와서 였습니다.
마닐라서 헬퍼(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마눌하고 싸웠는데-
지난 번에 아예 보따리를 싸 나갔다는 겁니다.
어린 아이들을 다 두고 말입니다.
며칠간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어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마누라를 찾아 마닐라로 간다는 겁니다.
그것도 초행길로 말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새 마누라 하나 얻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건 모진 소리 같아 가불한 그 손에 위로금?까지 얹어 임시 휴가를 줬습니다.
그리고 나서 닷새만에 나타난 마이클-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마누라와 함께 돌아 왔다는 겁니다.
한 번 집 나간 마누라가 두 번째 나가는 것은 여반장이란 소리를 어디서 들었던가.
그 염려 때문에 요즘도 마이클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그 아내 안부를 묻게 됩니다.
-와이프는 잘 있는겨.
하고 물으면 지도 이게 무슨 소린지를 잘 아는터라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만 벅벅 긁어 댑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하면서도 언뜻 불안해 지는 건
나도 마눌하고 떨어져 산지가 얼만데- 남 걱정하고 있는 겨 하는 겁니다.
생각난 김에 오늘은 비행기 표 예약 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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