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된장국을 먹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보기 좋은 국물에 얼핏 보이는 다시마와 왕멸치까지-
한 술 떠보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게 정말 고향 집 엄니까 끓여 주시던
그 된장국 맛을 뺨치게 생겼습니다.
이런 맛을 어찌 냈을까 싶어
국그릇을 들고 수저로 휘휘 저어 봤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은 감자와 무, 피차이(배추맛 나는 이 나라 채소)에
다시마와 멸치가 보였습니다.
이 재료들이 한국 된장과 어우러져 구수하면서 시원한 맛을 낸 겁니다.
여기에다 칠리(매운고추)가 들어가 적당히 얼큰하기까지 한 게
해장국으로도 일품일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 끓여 낸 해물탕에도 감동을 했었는데-
이 처럼 음식 솜씨가 일취월장이니-
우리 헬퍼를 볼 때 마다 ‘너 전생에 한국서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아우들이 가르쳐 준 음식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전문가? 맛을 낼 수가 없어섭니다.
이제 김치 담그는 것은 일도 아니고
감자전에 닭백숙까지-
못하는 한국 음식이 없으니 정말 청출어람(靑出於藍) 그 자체입니다.
덕분에 이제는 한국 손님이 오면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만 미리 해주면 그만입니다.
‘오늘 저녁은 해물 매운탕 좀 준비해라. 한국서 손님이 왔어-’
이 소리만 해 주면 저녁상이 근사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이러니-
우리 헬퍼에게 ‘너 바른대로 말해. 전생에 한국서 살았지’
이 소리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나 역시 전생에 필리핀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살았나 봅니다.
이런 솜씨 좋고 맘 착한 피노이 헬퍼를 만났으니 말입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게 더 큰 복일까? (0) | 2012.09.02 |
---|---|
지진 경험 또 했네요 (0) | 2012.08.31 |
닭잡아 먹기 전에는 꼭 이 말부터- (0) | 2012.08.29 |
‘오땅 오땅’하다보니- (0) | 2012.08.24 |
200 페소의 위력??? (0) | 201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