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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200 페소의 위력???

by 고향사람 2012. 8. 21.

까가얀데오로 공항 인근에 살다가 얼마 전,

에스엠 몰 근처 빌리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 지은 집이라 깨끗해서 좋고 방도 다섯 개나 돼

필리핀 생활이 업 그레이드 됐습니다.

 

우리 형제 모두가 전에 살던 곳 보다 훨 낫다며 만족을 했는데-

정문을 지키는 가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사한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말입니다.

 

이유라면 이사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문을 출입할 때 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가드와 시비를 벌인탓입니다.

내가 외국인이고 내 차 역시 똥색(황금색?)이라 몇 번 마주치면

삼척동자도 기억할 만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가드는 계속 신분증을 요구하고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우깁니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고 필리핀서는 이 나라 관습을 따르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이사하는 날 수십번을 들랑거릴 때부터 신분증을 요구하더니

물건 몇 개 사러 급히 빌리지 밖으로 나왔는데 그 때도 역시 신분증을 요구합니다.

-너 나 알잖아. 나 급히 반바지 차림으로 나오다 보니 신분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이번만 그냥 통과하게 해 주라.

 

그래도 요지부동입니다.

‘노 아이디 노 인터런스’라는 게시판을 가리키며 말입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얄밉던지- 갑자기 열이 났습니다.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데 뭔 신분증이 필요해’ 하고 소리 지르려다가

계속 컴플레인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한국인하고 원수 진 일 있느냐며 말입니다.

 

저도 매번 신분증을 확인하려면 피곤할 텐데-.

그렇다면 임시 출입증 차에 붙여 주던지.

따지고 소리치다 보니 정말 멱살잡이까지 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했습니다.

 

다행이 근처 사는 아우차 운전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가

나를 알아보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무사히? 집으로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이 후 며칠 뒤 빌리지 출입 스티커가 나와 이를 앞 유리에 붙이고 나서는

정문 출입에 더 이상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지만

가드들과의 감정까지 해결이 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내 차가 게이트에 들어서면 나와 언쟁을 벌였던 가드는 딴 짓을 하는 체 합니다.

나와 눈을 맞추지 않겠다는 심사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아우차를 타고 빌리지에 들어서면

이 가드의 태도가 180도 돌변하는 겁니다.

아우차가 보이자 마자 거수 경례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정문을 지나쳐 가는데도 그 손을 내리지 않습니다.

 

차가 정문을 다 빠져 나갈 때까지 고개를 돌려 가며 거수를 하는 겁니다.

내겐 인사는 커녕 눈도 맞추지 않고 딴 짓을 해대는데 말입니다.

이거 은근히 사람 스트레스 받게 합니다.

-저거 뒤 끝 있네 하며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 해도 신경이 쓰입니다.

 

더군다나 아우 차만 대접하는 태도가 얄미워 혹시나 싶어 아우한테 물어 봤습니다.

-너 나 모르게 재들한테 뭔짓 혔냐.

이 소리에 아우가 낄낄 거리며 웃습니다.

-형 가드에게 200 페소씩 팁을 줘봐. 아마 차 꽁무니가 안 보일 때까지 인사 헐껴.

어쩐지. 니가 가드 다루는 비법이라는 게 그거 였냐.

 

이날 이 후, 빌리지 정문을 통과 할 때마다 2백 페소 생각이 납니다.

아직도 필리핀서 사는 법?을 터득 못한 내가 한심한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몇 푼 가드들 손에 쥐어 주고 관계 개선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혹여 돈을 주면 분명 180도 변할 그 얼굴을 보는 것이 더 역겨울 것 같아

당분간은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정문에 들어 설 때마다 크락션을 빵빵 울리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