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에 사는 마눌이 급히 전화를 했습니다.
일하던 헬퍼가 그만 둔다니 빨리 헬퍼 한 명 구해 보내라고 말입니다.
내가 민다나오서 복덕방 하고 있는 줄 아냐-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명줄만 짧아 질것 같아
열심히 찾아 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근데 헬퍼를 어디서 찾나-
고심 끝에 직원들 불러 놓고 이런이런 조건의 헬퍼를 찾으니
속히 알아 보라고 했습니다. 현상금도 천 페소나 걸었습니다.
직원들한테 대답은 시원하게 들었지만 우이독경인 경우가 많아
은근히 염려가 됐습니다.
-어디서 헬퍼를 찾나 하고 말입니다.
이 때 언뜻 생각난 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이쪽으로 선교활동을 나온 목사님이었습니다.
전에 괜찮은 여자 한 명 있는데 취직자리 좀 알아 봐 달라는 부탁을 들은 적이 있어서입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그 여자는 갓난아이가 있어 마닐라까지 가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찾아 봐 달라 했더니 이튿날 연락이 왔습니다.
1년 정도 마닐라에 있을 경우 왕복 항공료까지 지불해 주고
월급도 1천 페소 이상 더 준다는 조건이 맘에 들었는지-
바로 승낙을 했다는 겁니다.
이날 밤 아우와 함께 그 아가씨 집을 찾아 갔습니다.
확답을 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가씨를 만나 보니 피부도 유난히 검고 나이도 많아 조금 불안했습니다.
왜냐면 설흔살이 되도록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피노이 바바이 치고는 이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전에 마닐라에서 헬퍼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과
사람이 순해 보인다는 거 였습니다. 이만하면 됐지 싶어 바로 이틀 뒤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영문 이름을 받아 왔습니다.
비행기 표 살 때 필요해서입니다.
이 아가씨를 헬퍼로 받아 들인 것은 순전히 소개 해 준 목사님 때문이라도
과언이 아닙니다.
목사님이 이 나라에 와 처음으로 소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이웃 처럼 지내는 목사님인지라
주변 사람들이 피노이들이 별별 부탁을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중 취직자리 알아봐 달라는 게 가장 많았을 것은 보지 않아도 비디오고 말입니다.
처음으로 취직 자리를 소개한 이 아가씨를 거부하면 마수걸이가 안되니^^
목사님 입장도 편치 못할 것 같았습니다.
아우에게 무조건 아가씨를 마닐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도
목사님 얼굴이 떠올라서 였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아가씨인지라 공항 안 까지 들어가
이것저것 다 살펴주고 마눌 한테는 기사를 내 보내 픽업하라고 일러
어렵게 마닐라 집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일은 잘 하냐구요? 마누라 말대로라면 새 헬퍼를 위해
한 헬퍼를 더 써야 될 것 같다는 푸념이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시골서 온 아가씨라선지 순해서 좋다고 합니다.
일이야 배우면 되고, 무뚝뚝한 것도 맘을 열면 나아 질거라며
위로를 보냈지만 내 속마음인 즉 한 일년간만 잘 버텨주면 고마울것 같습니다.
넘쳐 나는 게 사람이지만 어디 마땅한 사람 찾기가 쉬워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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