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팔일인 오늘은 금식을 하는 날입니다.
벌써 여러 해 째 이 날을 기억해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금식도 아니지만,
종일 굶어도 배가 고프기 보다는 죄송스런 마음이 더 큰 날입니다.
바로 아버님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에 들어 온지 8개월 만에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돌아 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바로 귀국해 장례를 치른지도 벌써 8년이 됐습니다.
아버님 돌아 가시고 3년이 될 때 까지는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었는데- 이 후부터는 오히려 사모의 정이 더 깊어 졌습니다.
죄 스런 마음도 더 커졌고 말입니다.
이때부터 금식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5년째가 됐습니다.
긴 여름 해 동안 금식을 하다보면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억울하게 돌아 가신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갑니다.
더군다나 외국에 있었기에 겨우 장례 일에 고향집에 도착한 것도
내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버님은 여름 날 고추를 따서 경운기에 싣고 집으로 가던 중
만취한 트럭 운전사가 추돌을 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돌아 가셨습니다.
어머님 역시 중환자실에 몇 개월간 계시다가 겨우 목숨을 유지하셨습니다.
이런 억울함이 배어 있어선지 매년 팔월팔일이 되면
배고픔도 잊고 살게 돼 버렸습니다.
아무리 ‘문 밖이 저승’이라고들 하지만 술 취한 운전사의 실수 때문에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옵니다.
그 때 내가 고향집에 있었다면
아버님이 경운기를 운전하지 않으셨을텐데-
올해도 필리핀에 있는 관계로 고향집에도 들르지 못했습니다.
다행이 장손주인 아들이 고향집을 방문하고 아버님 산소를 참배 했다는 연락을
받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늘 밤에는 꿈에서라도 아버님을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에서라도 실컷 꾸중을 듣고 매라도 수십대 맞았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섭니다.
아버님-
부디 고이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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