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 닮은 피부에
속살은 이미 투명한 겨울을 안다
아들 딸 많은 피노이 가족처럼
주렁주렁 송이채 나와
보는 이 까지 부자를 만드는 란소네스
색깔만 다른 거봉포도라고 말해도
시비 못할 만큼 우리 눈에 꼭 차는 입맛이지만
욕심 넘어 탐심으로 접하다 보면
그예 쓴 맛을 보여주는 게
꼭 성깔 있는 여인네다
푸른 강낭콩 처럼 생긴 씨지만
서둘러 먹다 씹게 되면 익모초가 형님할 만큼
사약 마신 뒤끝 처럼 오만상을 찌푸리게 한다
쓰다쓰다 이처럼 쓸까
여인속살 탐하다
제대로 걸린 바람둥이가 이 맛을 알까
더러는 쓴 맛도 약
란소네스 몇 바가지 까먹다 보면 단맛도 잃게 되는데
이 때 살짝 쓰디쓴 씨를 깨물고 나면
다시 단맛이 살아난다
인생 길에 한 두 번씩 겪게되는 실패
그것을 이기고 난 후의 삶이 더 달콤하듯이-
햇볕에 살짝 썬틴한 모습의 란소네스-
까먹다 보면 입술까지 끈적끈적한 것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첫 키스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