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진한 눈썹에
얼굴보다 보조개가 큰
여인을 만났습니다
박 속 처럼 하얀 미소를 짓고
안개꽃을 좋아라하는
그 마음에 끌려
결혼을 했습니다
봄빛 찬란한 5월5일입니다
세월 흘러
아이 낳고 집 늘리고
그렇게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 새 반백을 돌아 선 우리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얼굴보다 컸던 보조개는
주름살 깊이에 빠져 버렸고
붉었던 뺨은 새치머리카락에 가려 있습니다
세월을 탓하고
무심을 말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 여름 가기 전
아내 새끼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여 주며
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고와
내 머릿속은 벌써
아내의 보조개가 다시 얼굴 보다 커지고
핏기 잃은 뺨에 붉은 빛이 도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랑은
흐른 세월만큼 변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 옛날의 아내 모습을
난 죽어서도 기억할 겁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그리 할 것 처럼 말입니다
'손바닥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 마지막 날 (0) | 2010.11.09 |
---|---|
그댄 모르지??? (0) | 2010.09.21 |
고향을 그리며- (0) | 2010.06.11 |
冬 冬 冬이 그리운 夏 夏 夏의 나라에서 (0) | 2010.04.11 |
동화를 생각했습니다 (0) | 2010.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