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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아줌마-. 내가 그렇게 멋져 보여??

by 고향사람 2008. 7. 27.

이젠 필리피노들이 먹는 음식도 이골날 만큼 먹은 탓인지-.

육해공군 별로 가리지 않고, 더불어 손맛 나게도 잘 먹게 됐습니다.

어제 점심은 필핀 바비큐집(맥스 레스토랑과 비슷한 분위기?)에 가서 닭고기를 주문했습니다. 메뉴판 그림보고 시켰습니다.


잠시 뒤 닭 반마리와 바나나잎에 싼 라이스, 그리고 펩시 콜라가 나왔습니다. 눈치껏 테이블 한구석에 있는 양념을 섞어 놓고 대나무 꼬치를 뺀 닭고기를 찍어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또 옆에 있는 바나나 껍질에 쌓여있던 밥을 풀어 손가락 4개를 사용해 뭉쳐서 먹었습니다.


허멀건 피부를 가진 키 큰 손님이 필리피노식으로 먹는 모양이 좀 색달라 보였나 봅니다. 앞에 있던 아줌마 둘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가끔씩 ‘킥킥’ 거리는게 보입니다. 나 역시 이젠 어디서나 주목? 받는 인물이 된 만큼 이 정도는 즐길 줄도 알고 있습니다. 펩시콜라를 한 모금 ‘쭈-욱’ 들이키면서 ‘씨-익’ 웃어 줬습니다. 필리피노 아줌마들 뒤로 넘어집니다.


내도 젊었을 땐 한 인물 했었지-. 그러면서 마지막 닭살코기 한 점까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아줌마들 테이블 옆을 지나면서 ‘윙크’로 마무리 잘 해 준 뒤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손을 씻으면서 잘난 얼굴 확인차 거울을 보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 얼굴, 그러니까 코를 중심으로 세시방향 시커먼 자국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바비큐 소스가 묻은 그런 숭악한 모습이었습니다. 아까부터 나를 보고 웃다가 찡그렸다하던 그 아줌마들이 생각났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윙크’로 대답을 해 준 좀 전의 상황이 얼굴을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마누라가 이 사실을 알면 또 한 마디 할 겁니다.

‘당신 아직도 스물다섯살 총각인줄 알어, 여자만 보면 정신 못차리구’


근디 이게 마음 먹은 대로 되는가요. 여자 볼 때 마다 정신 차렸으면 지금 마누라는 절대 안 골랐지요. 여자 앞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정신이 놔 지는 걸 어떡합니까. 약도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오늘은 웬지 찝찝합니다. 덕분에 화장실서 나오지도 못하고 30분이나 앉아 있었답니다.

 

ㅋㅋㅋ

그 아줌씨들 일주일은 웃으며 살지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