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짜고 들쩍지근한게 특별식???

by 고향사람 2008. 7. 31.

사촌아우가 오늘 점심은 ‘특별식’으로 하잡니다.

그리곤 나를 데려간 곳이 카가얀 로빈슨 근처의 몽골리안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깨끗한 분위기에 노랑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더 인상적이게 만든 것은 음식재료를 선택해 주방에 갖다줘야 한다는 겁니다.


큰 보시기 하나들고 각종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향신료와 양념통이 있는 곳을 지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담아 주방장에게 건네주면 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고기도 야채도 다 낯설뿐더러 소면이랑 향신료, 양념은 거의 문외안일 정도여서 선택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처음것부터 무조건 그릇에 퍼 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양념도 색깔가리지 않고 한 수저씩 푹푹 떠 주방장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잠시 뒤 요리된 음식이 내 테이블로 배달이 됐습니다.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참 오묘^^한 맛이 나왔습니다.

들척지근한데다가 짜기는 간장 사촌이요, 맵기는 시어머니 야단치는 소리 이상입니다.


근디 같은 걸로 먹을 줄 알았던 동생은 따로 주문했다면서 근사한 그릇에 담긴 야채햄과 버섯, 죽순을 넣고 끓인 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냥 먹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그 타임에 그예 주둥일 놀립니다.

‘형, 먹-을-만-해’

이 느끼한 소리에 그만 뚜껑 열릴 뻔 했습니다.


이럴 땐 맛난척하고 먹어줘야 합니다. 그 짜고 맵고 들척지근할 걸 국물까지 다 마시면서 ‘마빡에 털 나고 이렇게 맛난 건 처음’이라고 코러스까지 넣었지만-. 동생은 맛 안봐도 다 안다는 표정입니다. 왜 있쟎습니까. 고 얄미운 표정-.


레스토랑에 와서까지 요리재료를 골라야하는 이 식당,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 사무실에 와서 동생 몰래 소화제 먹고 있는 중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