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아우가 오늘 점심은 ‘특별식’으로 하잡니다.
그리곤 나를 데려간 곳이 카가얀 로빈슨 근처의 몽골리안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깨끗한 분위기에 노랑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더 인상적이게 만든 것은 음식재료를 선택해 주방에 갖다줘야 한다는 겁니다.
큰 보시기 하나들고 각종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향신료와 양념통이 있는 곳을 지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담아 주방장에게 건네주면 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고기도 야채도 다 낯설뿐더러 소면이랑 향신료, 양념은 거의 문외안일 정도여서 선택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단 한가지 방법이 있다면 처음것부터 무조건 그릇에 퍼 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양념도 색깔가리지 않고 한 수저씩 푹푹 떠 주방장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잠시 뒤 요리된 음식이 내 테이블로 배달이 됐습니다.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참 오묘^^한 맛이 나왔습니다.
들척지근한데다가 짜기는 간장 사촌이요, 맵기는 시어머니 야단치는 소리 이상입니다.
근디 같은 걸로 먹을 줄 알았던 동생은 따로 주문했다면서 근사한 그릇에 담긴 야채햄과 버섯, 죽순을 넣고 끓인 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냥 먹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그 타임에 그예 주둥일 놀립니다.
‘형, 먹-을-만-해’
이 느끼한 소리에 그만 뚜껑 열릴 뻔 했습니다.
이럴 땐 맛난척하고 먹어줘야 합니다. 그 짜고 맵고 들척지근할 걸 국물까지 다 마시면서 ‘마빡에 털 나고 이렇게 맛난 건 처음’이라고 코러스까지 넣었지만-. 동생은 맛 안봐도 다 안다는 표정입니다. 왜 있쟎습니까. 고 얄미운 표정-.
레스토랑에 와서까지 요리재료를 골라야하는 이 식당,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지금 사무실에 와서 동생 몰래 소화제 먹고 있는 중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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