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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시계야 오후 4시면 어둘때니-’

by 고향사람 2008. 7. 24.

3일 전, 정확히는 이틀 반나절 전에 산 새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한 게 초저녁입니다. 날씨가 흐려서겠거니 하고 마저 볼일을 다 본뒤에 사무실에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는 겁니다. 웬일이간 싶어 동생한테 핸드폰으로 연락했습니다. 그러자 퇴근하는 중이랍니다. 그래서 토요일인가 했습니다.


‘야 오늘이 화요일인데 왜 벌써 퇴근해-. 인제 4시 반인데’

수화기에다 냅다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송화기에서 두 배로 큰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자다가 봉창뚫어, 지금이 몇신데 여섯시 반이 넘었어’

‘무슨 소리야 지금 시계 봤는데 이제 4시반인 걸’

‘그 시계 어저께 산거 맞지. 그럼 전화기 시계를 봐. 몇신지 답이 나올껴’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까 6시 반이 맞습니다. 내가 안 들어 와서 집으로 간 줄 알고 급히 퇴근하는 길이었답니다.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았다길래 가만 보니 진동모드로 돼 있는 것을 모르고 가방에만 넣고 다녔던 것입니다.

사촌아우와 같이 승용차로 출퇴근하다가 그 차를 놓쳤으니 천상 지프니나 멀티캡 차를 타게 생겼습니다.


시장 본 짐도 장난이 아닌데 말입니다.

뚜벅뚜벅 차 타는 곳 까지 걸으며 중얼 거렸습니다.

‘시계야. 오후 4시반이면 어둘 때니-. 값싸면 다 그런거니-’

이 시계 3일전, 가이사에서 85페소 주고 샀거든요. 값도 터무니없이 싼게 그렇듯한 진열장에 다소곳이 앉아 있길래 혹시나 하고 샀는데-,ㅋ 역시나 였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틀 반만에 두 시간이 늦는 너도 시계냐. 성(姓) 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