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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생일 잊어 버린 것도 죄?라서-

by 고향사람 2006. 12. 12.

지난 해 오늘,

아침 일찍 필리핀에 유학중인 아들 녀석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습니다.
녀석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낳아 주시고 길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도 아닌것 같아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냐고 야단을 첬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한 술 더 떠 하는 말이
"앞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훌륭한 자식이 되겠습니다"

그 때까지도 전 아들 녀석이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할려고
이른 아침부터 아부를 떠나보다 했습니다.
"그래 할 말 있으면 해라. 뭐가 필요한데-"
그러자 아들 녀석은 잠시 말을 끊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오늘이 제 생일이쟎아요"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니 정말 녀석의 생일이 맞았습니다.
순간 당황도 되고 미안하기도 해 얼떨결에 그만
"벌써 그렇게 됐니"하고 말았습니다.

얼렁뚱땅 전화를 끊고 나니 금새 가슴이 쨚해 졌습니다.
먼 타국에서 미역국이나 얻어 먹었는지.
고향 친구들은 또 얼마나 그리웠을까.
겨울에 난 녀석이라선지 유난히 눈도 좋아 했는데-

그런 아들 녀석의 생일을 까맣게 잊고 산 것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다짐했었습니다.
"아들놈 사랑한다. 내년은 양력 음력 '따블'로 네 생일 선물 해 줄께"

그 후, 꼭 1년이 됐습니다.
오늘이 아들놈 생일입니다.
아침 일찍 축하 전화 한 통 해 주기로 마음 먹고 있었는데,
새벽 6시 반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들놈이었습니다.
역시 '낳아 주시고 길러 주셔서 감사하다'는-

한국보다 1시간 늦은 나라라 그곳 시간은
진짜 새벽인데, 생일이라고 일찍 일어나 전화를 했나 봅니다.
덕분에 올해도 아들놈한테 한 수 빼앗긴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으로는 뿌듯한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침은
아들놈을 향해 '생일 축하한다'고 큰소리쳐 주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