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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연애시절 이야기입니다

by 고향사람 2006. 12. 26.
연애시절 이야기 입니다.

외삼촌의 소개로 교회 아가씨를 만나게 됐습니다.
장난처럼 만났지만 밝은 성격이 맘에 들었고
두세 번 만나다 보니 ‘끌림’이 생겼습니다.

나 보다 한 살 더 많은 아가씨라
그 해가 가기 전 약혼식을 갖기로 하고
교제의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한 번은 가까운 바닷가로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때가 늦가을인지라 출발하기 전 옷을 단단히 입고 나오라는
언질도 빼 놓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총각들은 청색 양복에
빨강 넥타이를 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나 역시 들은풍월은 있어 그 모습 그대로 꾸미고 데이트에 나갔습니다.

바닷가 바람은 뭍 보다 더 차가웠습니다.
해변을 걷는 아베크족들 대부분은 찬 바람 탓인지
윗도리를 벗어 여자들 어깨에 걸쳐주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내 짝이 입을 열었습니다.
다른 남자들은 여자에게 옷을 벗어 주는데 00씨는 왜 그냥 있어요
그 때까지도 난 윗도리를 벗어 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그러니께 내가 미리 옷을 단단히 차려 입고 나오라고 했쟎유’
지금도 그 여자와 같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쑥스럽기 한이 없습니다

연애 시절
남들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달라면 그 시늉을 해댄다는데
난 윗도리 벗어 줄 생각도 않고
게다가 왜 다른 사람처럼 옷 안 벗어 걸쳐 주느냐는 말에
옷 단단히 입고 오지 않았다고 나무랐으니-

그렇게 무뚝뚝했던 내가 그 여자와 아직까지 살고 있는 걸 보면
스스로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그 기원이야 어떻든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그런 날이 됐으면 합니다.

날씨보다 사람을 더 춥게 하는 것이
‘사랑 고픈 것’이라는 거
오늘 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