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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지도에서 부산이 사라진 까닭은-

by 고향사람 2006. 12. 1.


우리 사무실 벽에는 대형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습니다.

한눈에 각 시도가 보이고, 고속도로와 명승지도 잘 나와 있어

지방 출장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되는 그런 지도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지도에서 부산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가 노란 종이로 부산 땅을 가려 놓은 것입니다.

장난치고는 좀 엉뚱하다 싶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연을 알게 된 직원들은

그만 배꼽을 잡고 말았습니다.


직원중에 내년이면 스물일곱이 되는 잘 난 청년이 한 명 있습니다.

이 청년이 지난 가을부터 연애를 시작해

이달 중순이면 여자 친구와 만난지 100일이 된다며

그날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하던 그가,

그만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겁니다.


부산을 이웃집 마실 다니듯 왔다갔다 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던 이 친구의 이별 소식은 너무나 의외여서

직원들은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형지도에서 부산이 사라지고, 그 범인이 이 친구 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배꼽을 움켜쥐고 말았습니다.


‘예끼 이 친구야-. 애인하고 헤어졌으면 졌지 왜 부산 땅에 대고 횡포야’                 

한 직원이 나무라는 척 하자 이 친구 왈,

이젠 부산소리만 들어도 질린다며 고개를 떨굽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함께 웃었던 게 미안해 져서 혼났습니다.


‘남의 염병보다 내 고뿔이 더하다’고는 하지만, 실연한 이 친구를 위로는 못해줄 망정

초만 친 것 같아서 더 그랬습니다.

아마 사랑싸움 같아 보이는데, 다시 화해하면 분명 부산 땅에 커다란

하트 모양을 그려 놓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밤새 몰래 내린 하얀 눈 처럼

이들의 사랑도 소리 없이 다시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