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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공동묘지

by 고향사람 2006. 8. 22.

어떤 이는 ‘공동묘지’ 같다고 하고,
다른 이는 넘실대는 ‘파도’ 같다고 합니다.

우리 집 논에 심은 벼를 보고 행인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자라난 벼의 크기가 울퉁불퉁 해 그 모습이 꼭 '공동묘지 같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면 넘실대는 파도 같다는 소리입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지난 봄, 모내기를 하기 전 무논에 밑거름으로 비료를 먼저 주는데
아무것도 심지 않은 곳이라 손에 잡히는 대로 비료를 뿌려 버렸습니다.
덕분에 어떤 곳은 한 움쿰씩 뿌려 졌는가하면
다른 곳은 비료가 닿지도 않았었나 봅니다.
써래질을 하면 골고루 퍼질 줄 알고 대충대충 뿌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가 자라 어른 허리춤에 이르자
비료가 많이 뿌려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름 기운에 따라 벼가 마치 공동묘지처럼 울퉁불퉁해져
그것이 바람에 흔들리면 아예 파도 모양으로까지 변해 버리는 것입니다.
논주인 입장으로서는 참 난감한 일이 돼 버린 셈입니다.

이삭거름 줄 때 비료량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만,
그 흔적까지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어 가을걷이 때까지는
듣기 싫은 소리를 감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길도 되돌아보면
비료 잘못 낸 우리 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들로 인해 울퉁불퉁 해 있을 우리들의 뒤안길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답이 나올것입니다.

모내기하기 전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우리 논의 벼들도 공동묘지 같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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