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고,
사랑 심은데 사랑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낙서처럼 써 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스쳐지나 가며 본 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내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하트(♥)모양 하나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주제에
사랑 운운하는 것이 격이 맞아 보이지 않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그 무엇이 ‘사랑의 씨’라고 믿기에
감히 그 사랑을 심어보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바람이 붑니다.
여름 색과 내음은 어디도 묻어 있지 않은 추풍(秋風)입니다.
바바리 깃 세우고
덕수궁 돌담길을 내 짝과 걸어 보겠다는 20대의 야심은
갈(秋)만 되면 어디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는지-
그래서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 봅니다.
사랑 심은데 사랑만 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첫 사랑-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립니다.
하물며 그 사랑이 저 만치 앞서 가고 있다면
몸서리도 쳐 질만 할 것입니다.
해처럼 환한 얼굴에
눈처럼 하얀 마음만 가졌을 거라 믿었던
첫 사랑 자리는
아픔으로 메워 졌고
그리움은 화(怒)로 덧칠해져 버렸습니다만-.
그 자리를 대신 한
내 사랑이 있습니다.
아-
단풍잎 고운 이 가을에
첫 사랑보다는 속 깊은 사랑에 빠져
몸서리 쳐 볼랍니다
사랑 심은데 사랑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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