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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발룻'에 대한 첫 경험

by 고향사람 2006. 5. 27.

첫 경험은

한 밤에 해야 한다는 선배의 충고를 무시하고

초저녁부터 일을 냈다


백옥 같은 피부에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촉감

정말 다 좋다


눈앞에 다소곳한 자태지만

웬지 손대기가 겁이난다

벌써부터 얼어 붙은 마음이 더 그렇다


첫 경험이라설까


주눅들지 않으리라는

호된 결심도 막상 손을 뻗치자니

머릿속만 복잡해 진다

정말 이래도 될까

후회하지 않을까


용기를 갖자고 자기 체면까지 걸어가며

조심스레 입술을 옮겼다

그리곤 

그리곤 이빨을 내 밀고-


작은 뚫림, 비릿한 촉감의 진한 액체

아-

난 첫 경험에 몸서리 치면서도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이거 이거로구나


상상했던 거 보다

지레 겁 먹었던 것 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

그러나 속살은 아직 멀었다

겉옷조차 벗기지 않았는 걸


이번에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떨림의 손길로 속옷까지 벗겨내자

눈길을 똑 바로 주기가 힘들다

거무 튁튁한 속살에 주홍빛 사선들


먹어야지 아니 먹어 봐야지

흔들림의 연속 속

입 앙 벌리고 쿡 씹으니

어렵쇼

의외로 먹을 만 하다

씹히는 탄력과 진한 고소함까지


그럼 그렇지

이것도 음식인데-

필리핀서 유명한 저녁 간식거리인 발룻


곤달걀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쳐다보기 조차 거북했던 그 발룻에 대한 첫 경험이

이렇게 끝나는 순간이다


모든 게

좀 허무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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