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필리핀서 영화보기

by 고향사람 2006. 5. 23.

필리핀의 5월말 한낮기온은 35도 이상일 때가 많다.


여기에다 아스팔트 열기와 매연까지 합하면 체감 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런 날 일지라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긴 바지에 잠바 걸치고,

모자까지 눌러쓰고 나가야 낭패를 안 당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필리핀 영화관은 관객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에어컨을 최고 "빵빵"하게 틀어 놓기 대문이다.

덕분에 바로 들어가서는 시원한 것이 여간 좋지 않으나

금방 추위를 느끼게되다 결국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날 정도가 돼서야 영화가 끝난다.


이 같은 "시린"(?) 경험을 몇 번하고 나면 바깥 날씨와 관계없이 옷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한번은 너무 추어서 에어컨을 좀 꺼달라고 했더니 아예 조절이 안 된다고 한다.

너무나도  필리피노 다운 대답이다.

제복에 권총까지 찬 경비원이 영화관 입구에서 관람객들의 가방을

일일이 검색하는 것도 사람 질리게 하는 판인데,

영하권에 근접한 에어컨을 조절도 못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하긴 말이 안되니 할 수 없이 겨울 옷을 챙기는 수밖에-.  


하지만 필리핀 영화관에서는 낭만도 찾아 볼 수가 있다.

아니 시골 인심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성 싶다.

에어컨 바람이 조정이 되지 않는 영화관이지만,

영화상영 중간에 나와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도 되고,

음료를 사 들어가도 될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필리핀 극장의 인심이다.

소지품중 하나를 맡겨 놓거나 경비원이 찍어주는 도장을 받아 나갔다 오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개봉관이지만 영화를 첫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봐도 뭐라는 이도 없다.

피서하기는 최고 좋은 곳이다.

오늘도 우리 몇몇은 이 더위에 "살짝 맛이 간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영화 보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림으로 영화 한편을 두어 번보고 나오면 피서는 물론 돈도 번 그런 기분이 든다.


필리핀 영화관이기에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다른 맛,

그 짜릿한 경험이 더위를 잊게 한다.

값싼 관람료는 더 짜릿하고- ㅋㅋㅋ